찰리 멍거 자네가 옳아!라는 책에서 본인이 닮고자 했던 사람으로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여러 차례 읽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평소에 흠모하던 찰리 멍거가 닮고자 했던 사람이라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만 알고 있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사들게 되었다.
그의 자서전에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몇 가지 결함들을 가지고 있다. 반면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들과 대조되는 품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42살까지 스스로 인쇄소업을 통하여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그 이후부터는 돈과 상관 없이 사람들을 돕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였다. 그 스스로 위대한 인물이 되어야 겠다거나 특별한 목표를 이루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단지 하루 하루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절제하고 노력한 결과 후세에는 100달러 지폐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제시하는 13가지 덕목 표를 우선 살펴보도록 하자.
1. 절제 : 배부르도록 먹지 마라. 취하도록 마시지 마라.
2. 침묵 : 자신이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마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라.
3. 질서 :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라. 모든 일은 시간을 정해놓고 하라.
4. 결단 :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기로 결심하라.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라.
5. 절약 :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에는 돈을 쓰지 마라. 즉 절대 낭비하지 마라.
6. 근면 :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언제나 유용한 일을 하라. 불필요한 행동은 끊어버려라.
7. 진실 :남을 일부러 속이지 마라. 순수하고 공정하게 생각하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하라.
8. 정의 :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며, 응당 주어야 하는 이익이라면 반드시 줘라.
9. 중용 : 극단을 피하라.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되더라도 화를 내며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10. 청결 : 몸과 의복과 거처를 늘 깨끗하게 하라.
11. 평정 : 사소한 일이나 일상적인 사건 혹은 불가피한 일을 두고 걱정하지 마라.
12. 순결 : 건강이나 자손 때문이 아니라면 성관계를 피하라. 감각이 무뎌지거나 몸이 허약해지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평화와 평판을 해칠 정도까지 하지 마라.
13. 겸손 :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으라.
과거의 나는 무언가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살아왔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이 말하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은 오히려 삶을 보다 고통스럽게 만들고 현재 하고 있는 일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무언가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삶을 살았다기보단 본인이 되고자 하는 인격, 도덕적 상태에 도달하고자 항상 노력하면서 살아왔다고 보여진다. 매일 매일 그날에 충실하며 도덕적 완전성을 갖추고자 노력한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삶의 태도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덕목 중에 가장 첫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절제이다. 절제를 맨 앞에 놓은 것은 이 덕목을 실펀하면 머리가 냉철하고 명석해져서 언제나 조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오래된 습관에 휘둘리거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 전 읽은 도파미네이션이라는 뇌과학 서적에서는 인간의 쾌락과 고통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동일하고 쾌락이 계속되면 평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뇌의 특성상 고통도 그에 비례하여 커진다고 한다. 반면 쾌락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고통도 줄어들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 깊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러한 뇌과학을 알지는 못하였겠지만 경험적으로 절제하는 태도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는 상대방에게 매우 비판적이고 논쟁을 즐기는 인물이 나온다. 벤자민 프랭클린 역시 과거 논쟁을 즐겼으나 어느 순간 타인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고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함으로써 스스로 논리적 모순을 깨닫게 하면서도 기분은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한 술을 좋아하는 일꾼들, 인디언들, 친구들이 나오는데 절제를 하지 못하는 그들은 삶의 수렁으로 계속해서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 절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신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친구나 인쇄업 경쟁자도 나온다.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낼 수 없게끔 눈 앞의 이익에만 몰두해서는 아무도 그 사람을 찾지 않게된다. 돈을 꾸고 갚지 않는 친구, 상대방과의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경쟁자 모두 본업은 망하고 어딘가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게된다.
인쇄업을 하는 다른 경쟁자는 능력이 뛰어 났지만 성공에 취해 거만해지고 겉치장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 역시 처음엔 잘되는듯 보였으나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
반면 벤자민 프랭클린은 매일 매일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여 가장 늦게 퇴근하였다.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맡았으며 거래처와의 약속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여 목숨같이 지키려 하였다. 상인으로서 신용과 평판을 잃지 않기 위해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생활했을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그렇게해서 부지런하고 장래성이 있는 젊은이라는 평판을 얻었고 물건 값을 반드시 제때에 지불했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이 서로 물건을 대주고자 하였다.
인쇄소업을 크게 성공시킨 벤자민 프랭클린은 42세에 어느 정도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다. 그리고 나서 본인이 순수하게 하고 싶었던 전기 실험을 한다던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라틴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올바르고 능력있는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는 법이다. 여기 저기서 벤자민 프랭클린을 찾았고,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또한 필라델피아에서 최초의 소방대를 창설하고, 우체국장도 역임하게 되며 나중에는 아메리카 체신장관까지 지낸다. 후일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미국이 독립하는데 크나큰 공헌을 하게 된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룬 업적보다 더 마음을 끄는건 그의 삶의 태도이다. 언제나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였고, 그러한 노력 자체가 인생에서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한다. 찰리 멍거 역시 그의 이러한 인품을 흠모하고 실제로도 벤자민 프랭클린의 삶의 궤적과 매우 유사한 삶을 살아간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완전성. 이 얼마나 멋지고 숭고한 삶의 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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