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

변호사를 꿈꾸는 분들께 변호사가 드리는 말씀

구동윤 변호사 2023. 6. 29. 15:50

변호사를 꿈꾸는 학생들, 직장인들에게 변호사의 삶이 어떤지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변호사를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시나요? 반대로 AI가 발달하고,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로 변호사 숫자가 많이 늘어나서 열심히 노력해서 돼봤자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우선 변호사를 하면 최소한 먹고는 살 수 있을지 솔직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수입은 천차만별입니다. 다만 과거에 비하여 변호사 숫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인 반면 법조시장의 크기는 그다지 성장하지 않았으므로(앞으로도 크게 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경쟁의 강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드리자면 2010년대 이후부터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통하여 사건을 수임하는 법무법인과 변호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들 중 일부 법무법인들은 이혼, 성범죄 분야를 중심으로 백억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혼, 성범죄 사건의 경우 그 특성상 아는 사람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점 때문에 특히 검색을 통한 수임에 최적화되어 있던 것입니다. 또한 이혼, 성범죄 사건은 사건이 수임을 할만한 건인지 아닌지 상담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혼을 하기로 결심하였다면 또는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로펌들이 네트워크로펌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네트워크로펌은 지방마다 하나씩 분사무소도 설립해 대기업 같은 외형을 갖춘 법무법인을 말합니다. 네트워크 로펌들이 매출의 30%씩 네이버 광고비를 써대니 인터넷 검색을 통한 사건들은 거의 네트워크 로펌들에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변호사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는 갈수록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반변호사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사님들 중에 외모가 호감형이고, 말을 매력적으로 잘하시는 분들은 유튜브를 통하여 인지도를 높이고 주로 이혼, 성범죄 사건들을 수임하고 계십니다. 한편 공부법 책을 내신다던지 방송에 출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여 사건을 수임하시기도 합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하신 분은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님입니다. 교통사고 장면이 유튜브를 통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덩달아 더 유명해지셨습니다. 이와 같이 광고비가 없어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면 개인변호사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변호사의 사건 수임이 모두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주변 사람을 통하여 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한번 사건을 잘 처리해준 변호사의 경우 그 의뢰인이 다른 지인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져 나가는)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건을 잘 처리해서 이겨주는 것, 그리고 의뢰인을 대할 때 친절하고 상냥하거나 혹은 마음의 안정감과 의지할 수 있는 듬직함을 줄 것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변호사로서 성공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사건을 파고들 수 있는 꼼꼼함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할 수 있는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셔야 합니다. 공부를 잘하시는 분들 중에 간혹 상냥함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신 분들이 계신데 이런 분들은 개업변호사로 잘 활동할 수 있을지,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편 변호사는 꼭 사건을 수임해서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에 법률자문을 하거나 기업 내부의 사내변호사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는 아무래도 그 성질이 다르니 내가 어떤 분야를 택할지도 신중히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기업변호사가 멋있어 보이긴한데 막상 일해 보면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변호사를 왜 하려고 하는지 그 의미를 먼저 깊이 생각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진 변호사가 되면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해서 말씀 드렸다면 이젠 변호사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변호사가 되기 전에 깊이 있게 변호사로 일한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변호사가 되어 사람들을 도와줘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변호사로 일을 해보니 그 의미에 대해서 그제서야 제대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까다로운 의뢰인도 상대해 보고, 엄한 판사님한테 꾸중도 들어보면서 변호사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그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언젠가 번아웃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꿈꾸는 분들 또는 자녀가 변호사를 꿈꾸고 있다면 내가 왜 변호사를 하려는건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 존 그리샴 등의 법정소설을 많이 읽었고, 법정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영향, 그리고 부모님이 판검사가 되길 원하셨던 영향으로 변호사의 길을 걷게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변호사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진로를 결정하시기 전에 충분히 깊이 있게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변호사는 남들의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주고 돈을 버는 직업입니다. 또한 미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가 없는지 검토하는 작업도 합니다. 남들에게 바로 기쁨을 주는 직업이 아니고 대신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감사의 인사를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직업은 예를 들면 연예인이나 좋은 제품을 파는 기업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오래 일하게 되면 영향을 안받게 된다고 하는데 저는 10년차인데도 아직은 괴로움을 느낍니다. 또한 법률자문 역시 창조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혹시 위험한 것은 없는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일입니다. 이러한 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시고 본인이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남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잘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만약 일론 머스크 같이 세상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던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변호사업이 잘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유명한 학원강사 출신 사업가분이 변호사도 이제 별볼일 없다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 취지는 십분 공감하고 하시는 말씀도 일견 옳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업의 의미에 대한 고찰은 빠진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업은 AI가 발달한 시대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가치를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설득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는 것은 AI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변호사로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변호사가 되어 세상에 주는 가치가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부터 깊이 생각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